한국을 가자니 북한 눈치가, 북한을 가자니 미국 눈치가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내 방한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직전 시 주석이 방한하는 일정을 추진했지만 시 주석은 고심 끝에 방한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5월 이후 5년 동안이나 방한하지 않았다. 2017년 불어닥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설치 사태 이후 냉랭해진 한중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 시 주석의 방한이 취소되자 아쉬워 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시 주석이 묵을 예정이던 호텔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방한 일정이 겹쳐서 방한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당초 남북한 모두를 동시에 방문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한국과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길어지면서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자칫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위험을 지닌다.
시 주석이 방북해 전통 우방임을 강조할 경우 자극받은 미국이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한을 해 북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경우 비핵화 협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중국의 입지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방한을 잇따라 추진해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전격 취소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박철호 press@blu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