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쿠바 외교 정상화에 북한 ‘청천강’호 걸림돌

미국이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쿠바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문제 삼아 제한적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쿠바제재법안'(Cuba Sanctions)이 연방하원에 상정돼 역시 쿠바와 외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이 법안의 향배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안은 누네스 데빈(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 공화, 민주 초당 차원에서 무려 32명 동료 의원들과 함께 공동발의했으며 11일 현재 9명 의원이 추가로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쿠바군사투명법'(Cuban Military Transparancy Act 2015)인 하원법안 H.R.2937은 총회 제출에 이어 외교위원회와 금융서비스위원회에 각각 보내져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내용은 미국 정부와 쿠바와의 국교 재수교를 떠나 미국인에게 쿠바 국방부인 '쿠바혁명군'(Ministry of the Revolutionary Armed Forces of Cuba)과의 모든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제재 대상은 쿠바의 국방부 자체 외에도 국방부가 최소 25%를 소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기관, 기업은 물론 관계 당사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즉, 미국과 쿠바가 양국간 외교를 정상화하더라도 미국인(기업 포함)들과 쿠바 정부와의 모든 금융거래는 미 정부의 개별적 사전 승인 없이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쿠바와 외교 관계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법안 발의 동기에 바로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북한과 쿠바와의 협력이 포함돼 있다.

법안 상정 이유를 설명하는 '의회확인결과'(Congressional Findings) 제11 조항에서 "2013년 7월16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쿠바 군부가 완벽하게 원료가 채워진 (러시아 제트 전투기) MiG 전투기들과 지대공 방어 시스템들을 포함해 240톤을 넘는 중무기를 북한과 불법 거래한 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사해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 추가 제재를 가한 '청천강'호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 청천강호는 2013년 7월 쿠바를 떠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로 파나마 당국에 억류된 무역선박이다.

그후 유엔 안보리는 '전문가패널'(PoE: Panel of Experts)을 현장 실사토록 한 결과, 청천강호 화물 중 안보리 결의 위반 무기들이 적재돼 있음을 확인하고 청천강호 소유주인 북한 '해외원양관리회사'(OMM: Overseas Maritime Management, LLC)를 대북제재 명단에 올렸다.

H.R.2937은 아직 상원에 상응법안이 상정돼 있지는 않지만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는 행정부의 진척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필요한 의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 법안은 (오바마) 행정부에게 쿠바 당국에 무엇을 주문하라는 것을 알려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엔 소식통은 "북한은 가면 갈수록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며 "만약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명약관화하다"고 전망했다.

uskoreanews.com=신용일 기자 yishin@uskore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