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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특보 막말, VOA 기자 향해 “미 프로파간다 머신에 할 얘기 없다”

기사승인 2018.09.21  16: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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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언론, (VOA가) 국무부에서 돈을 받는다니, 미국 정부가 딴지 걸기 위해 VOA 활용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 음모론 펼쳐”

청와대 행정관이 VOA(미국의 소리) 기자에게 “외신 단톡방에서 나가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던 가운데 한 청와대 특별보좌관도 VOA 기자에게 막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5일 김영권(William Kim) VOA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VOA 역사와 팩트북’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VOA에 대한 여러 논란에 관해 해명하고 한 청와대 특보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기자가 몇 달 전 한 청와대 특보에게 인터뷰 요청 전화를 했는데 "미 프로파간다 머신에 할 얘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김영권(William Kim) VOA 기자 페이스북

김 기자는 “일부 언론이 팩트 확인도 하지 않고 (VOA가) 국무부에서 돈을 받는다니, 선전방송이라니,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보다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 정부가 딴지를 걸기 위해 VOA를 활용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과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며 “(청와대 특보의 생각이) 청와대 다수의 인식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김영권(William Kim) VOA 기자 페이스북 내용중

그는 “VOA는 국무부 소속이 아닌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BBG(대외방송위원회) 산하 국제 방송국”이며 “정부의 개입은 물론 기자의 견해까지도 반영할 수 없는 객관적인 언론사”임을 밝혔다.

이어 “VOA 한국어방송은 1942년 일제의 거짓 선전 방송에 대응해 이승만 박사 등 여러 전문인의 권유로 송출됐다”며 VOA가 한국의 독립운동부터 6.25 전쟁,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기여했던 바를 설명했다.

다음은 김영권(William Kim) VOA 기자의 페이스북 글 全文.

VOA 역사와 팩트북

Voice of America 로고

최근 여러 논란으로 VOA가 한국 언론에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팩트를 왜곡하거나 음모론에 기초한 소설들이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역사를 보면 VOA 보도는 일관적이었지만, 한국은 정권과 진영 논리에 따라 VOA 보도를 비판하고 대개 약자들은 늘 VOA에 의지하는 추세가 반복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VOA를 정확하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VOA는 국무부 소속이 아니다.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BBG(대외방송위원회) 산하 국제방송국이다. 예산은 연간 2억 3천만 달러. 직원은 정규직 1천 78명, 45개 언어 서비스, 전 세계 2억 3천 680만 명의 시·청취자가 있다.

2. VOA가 국영방송국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한 선입견이다. VOA는 법으로 못 박은 헌장을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포괄적인, 확인된 사실만을 보도한다. 기자의 견해를 반영할 수 없고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없거나 위협받는 나라에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롤 모델 역할을 하겠다는 것. 그것이 곧 미국의 소프트한 공공외교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사장과 경영진을 바꾸고 소동이 일어나는 나라와 다르다. 지금도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아만다 베넷 총국장이 계속 근무 중이다. (물론 VOA도 1950년대 언론과 정부 선전에 기로에서 논쟁에 휩싸이고 매카시즘으로 일부 기자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3. VOA 한국어 방송은 1942년 첫 방송. 일본의 거짓 선전 방송에 대응해 이승만 박사 등 여러 전문인의 권유로 송출. 당시 적지 않은 독립 운동가들은 VOA 방송에 의존해 바른 정보를 듣고 싸웠다. 한국 방송 역사에 중요한 사건인 경성방송국 단파방송 사건은 VOA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당시 방송국 한국인 직원들이 일본인들 몰래 VOA 방송을 밀청해 독립투사들에게 알리다가 발각돼 고초를 겪은 사건이다. VOA 보도로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거짓 선전이 통하지 않았고 독립투사들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4. 6·25 한국전쟁 때는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공산당 몰래 숨어서 전시 상황 소식을 듣던 방송이 VOA였다. 전시에 한국 방송은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의존했던 방송이 VOA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의 회고록에도 VOA 방송이 종종 등장한다. ‘오마이 뉴스’를 보면 많은 한국 국민이 VOA를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접했다는 기사가 있다. 한국 정부의 기밀 해제 문서를 보면 과거 미국에 망명한 김대중 씨의 기자회견을 VOA가 보도했다며 미 정부에 항의하는 내용도 있다.

6. VOA는 한국에 문민정부가 탄생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대상을 북한으로 제한해 방송했다. 북한 정부 역시 VOA가 껄끄럽지만,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는 것을 알기에 VOA 기자들의 방북 취재를 허용하고 뉴욕대표부의 북한 외교관들도 인터뷰 했다. 북한 간부들만이 읽는 참고신문을 대량 입수한 한국 매체 보도를 보면 VOA 보도를 인용한 게 가장 많았다.

7. 그런데 요즘 다시 VOA가 북한보다 한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홈페이지를 찾는 한국인들의 조회 수도 늘고 있다.

8. 이런 현상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팩트 확인도 하지 않고 국무부에서 돈을 받는다니, 선전방송이라니,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보다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 정부가 딴지를 걸기 위해 VOA를 활용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과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한 청와대 특보라는 사람은 몇 달 전 나의 인터뷰 요청 전화에 "미 프로파간다 머신에 할 얘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것이 청와대 다수의 인식이 아니기를.

9. 더 당황스럽고 불편한 것은 내가 몸담은 VOA 한국어 서비스가 70년 이상 존재하는 상황에 어떤 한국인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VOA에 그동안 많은 언어 방송이 있다가 사라졌다. 대상국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화되면 VOA가 굳이 방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어, 일본어, 많은 동유럽 언어 방송이 사라졌다. 그러나 한국어 방송은 76년째 남아있다. 한반도에 완전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도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VOA 한국어 방송 직원들은 자기 직장이 없어지길 바라며 일하는 역설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일 수 있다.

10. 일부 전문가는 왜 자유롭게 번영한 대한민국이 이런 객관적이고 공정한 소식을 세계 최악의 검열국가인 북한에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VOA나 BBC에 의존하는지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성의 목소리가 한국 매체와 언론인들 사이에서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란 존재가 너무 하찮거나 귀찮은, 아니 동정의 대상이 된 걸까?

 

김성훈 viking8933@naver.com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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