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태영호 공사 활동에 쫄았나? 해외공관장 50여명 전원 ‘평양소집령’

베스트셀러 오른 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연합뉴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최근 해외에 근무하는 대사들을 긴급 소집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18일 밝혔다. 갑작스런 해외공관장 소집령에 김정은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활동에 위기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1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사 회의(재외공관장회의)를 소집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전 세계에 파견된 북한 대사들이 지난주 말 평양으로 귀국했다”며 “금명 간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대사 회의에는 대사와 대표부 대표 50여 명을 비롯해, 외무성, 노동당의 주요 관계자 전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그동안의 외교활동을 결산(총화)하고, 최근 정세토론과 정보공유, 대외활동의 지침을 전달받고 다음 주 초 부임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 중국 정상과 회담한 직후 열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핵과 관련한 외교 전략을 바꾸거나,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메시지가 하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간혹 발생했던 외교관의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2016년 8월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의 활동에 분노와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주재 북한 공사였던 태 전 공사는 한국으로 망명한 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정권의 추악한 실상을 알리는데 주력해왔다.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은 그동안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태 전 공사를 맹비난해왔다. 지난 5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은 태 전 공사를 겨냥한 듯한 비난 발언을 내보냈다.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서 5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태 전 공사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8월에도 ‘조선중앙통신’은 ‘동족대결의 새로운 모략극’이라는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도주자’, ‘미성년 강간범죄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뿐 아니라 한국 방송에서도 태 전 공사를 향한 비판이 나와 논란이 일었었다. 지난 5월 27일 jtbc ‘썰전’ 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태 전 공사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태영호는 얘기하지 말자. 얘기할 가치도 없다” “태영호가 문제”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일개 공사가 그 체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들었고 그거에 대해서 북한은 불쾌하다”며 “시비 걸 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당연히 시비 거리니까 집어넣은 거다. 태영호의 발언에 무슨 경청할만한 발언이 있냐”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했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해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