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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평택 시대 개막

기사승인 2017.07.24  14: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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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주한미군의 평택 시대가 개막되었습니다.  주한미군의 미 8군은 지난 6월 25일 서울 용산구의 용산 미군기지 8군 사령부에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토머스 밴달 8군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워커 장군의 동상을 평택의 캠프 험프리로 옮기는 이전식을 거행했습니다. 이어서 7월 11일에는 캠프 험프리에서 8군사령부 입주식이 거행되고 이전된 워커 장군의 동상 제막식도 함께 거행되었습니다. 이로서 64년에 걸친 주한미군의 용산시대가 마감되고 평택시대가 개막된 것입니다. 이날 동상 이전식 행사에는 97세의 6.25 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도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습니다.

백선엽 장군과 워커 장군은 6.25 전쟁 동안 함께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전우입니다. 백선엽 장군은 1950년 다부동 전투 당시 한국군 제1사단장으로 육박전을 통해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한 명장으로써 후일 제1 군단장과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6.25 전쟁의 산 증인입니다.

월턴 워커(Walton Walker) 장군은 유럽, 북아프리카 등에서 나치군을 무찌른 2차대전의 영웅이며, 1948년 미8군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가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워커 장군은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명을 받아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습니다. 당시 전투에서 워커 장군은 “stand or die”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이 자리에서 전사하더라도 한국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실제로 그는 한국정부가 부산으로 피신하는 상황에서도 대구에 있던 미 8군을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부하들은 워커 장군의 의지를 받들어 분전했고, 결국 연합군은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고 대한민국을 구했습니다. 워커 장군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이 패퇴할 때 이들을 좇아 북상하던 중 경기도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용산기지 8군 사령부 건물 앞에 그를 기리는 동상으로 남았던 것입니다.

용산기지는 많은 역사가 서려져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1595년 임진왜란 당시 북상하던 왜군이 후방병참기지를 건설한 곳입니다. 그러다가 1882년 임오군란 때에는 3천 명의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고, 1884년 갑신정변으로 청군이 물러난 직후에는 일본군이 주둔했습니다. 이후 일본이 1894년 청일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에서 연달아 승리하면서 일본군 20사단이 용산에 주둔했으며, 용산기지는 식민지 시절인 1910년에서 1945년까지 일본제국의 조선 주둔군 본부로 사용되었습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미군이 이곳을 접수하여 미 7사단이 들어왔다가 1949년 철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1950년 북한의 6.25 남침으로 미군이 다시 한반도에 들어왔고, 1953년부터 용산에 주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사업의 시작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당시 한미 양국은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는데 내용은 전국 91개 장소에 산재하는 미군기지와 시설 173개를 작전허브가 될 평택 지역과 군수허브가 될 대구-부산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2003년에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로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를 확장하여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사업(YRP)과 의정부 및 동두천에 소재한 미2사단 등을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사업(LPP)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두 사업에 드는 총 비용은 16조 원인데, 한국이 9조 원을 그리고 미국이 7조 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하여 그 동안 공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평택기지는 전쟁 중에 미 제2항공여단이 주둔하던 곳으로 1962년 헬기 사고로 순직한 벤저민 험프리 준위를 기리기 위해 캠프 험프리로 명명되었습니다. 이후 이곳에는 미 제19지원단, 제23지원단 등이 주둔하면서 중요한 미군기지로 자리매김을 했는데, 기지이전 사업을 위해 3배 규모로 확장되었습니다. 완공되면 평택기지는 총 면적 1천 467만7천 평방 km 또는 약 444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이르는 대규모 기지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입주식을 가진 미8군 사령부를 포함하여 금년 말까지 주한미군 사령부, 미2사단 본부 등이 입주할 예정인데, 현재 공정율 95%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군이 운용하는 해외기지 중 최대 규모가 될 캠프 험프리에는 2km 길이의 활주로를 포함하여 총 513개의 건물이 건설되었는데, 여기에는 병원 및 응급실, 군인가족 숙소, 초중고등학교, 동물병원, 극장, 수영장, 교회, 각종 복지시설 등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입주가 완료되면 주한미군 1만 3천 명과 가족 및 군무원을 합쳐 4만 2천 명이 거주하게 됩니다. 물론, 이전사업이 완료되더라도 한미연합사와 121 병원은 용산에 잔류하게 되며, 동두천에도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할 제210 화력여단이 남게 됩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한미 경비대대, 훈련장, 포천의 로드리게스 사격훈련장 등도 현 위치에 잔류할 예정입니다.

이제부터 평택기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한 여건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평택시대의 개막과 함께 한미동맹은 한층 더 결속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워커 장군 동상 이전식 연설을 통해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워커 장군 동상의 평택 이전과 함께 한미동맹의 ‘같이 갑시다(Let’s go together)’ 정신은 더욱 강력하게 철통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측 인사들은 워커 장군의 ‘stand or die’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름도 잘 모르던 아시아의 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워준 워커 장군과 미군 장병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습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press@bluetoday.net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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